
최근 AI를 활용한 이른바 ‘바이브 코딩’으로 사내 메신저를 개발했다.
처음에는 정상적으로 잘 작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문제가 터졌다.
우리 병원은 그동안 X-Popup을 사내 메신저로 사용해 왔다. 몇 년 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병원에서도 빠른 소통과 의사결정이 중요해졌다. 마침 당시 채널톡은 PC와 모바일을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팀 메신저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채널톡을 도입하게 됐다.
채널톡 팀챗으로 전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유료 전환과 열악한 PC 환경 등의 이유로 기존에 사용하던 X-Popup, 일명 ‘빨간 전화기’의 벽을 넘지 못했다. 사용자의 연령과 컴퓨터 활용 능력에 따라서도 메신저 사용에 차이가 컸다.
결국 쓰는 사람만 적극적으로 사용하던 채널톡 팀챗이 유료화되면서 다시 X-Popup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물론 비용을 지불하면 좋은 사내 메신저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지원이 종료된 Windows 7과 보안 업데이트가 중단된 Windows 10 환경에서는 장기적으로 여러 소프트웨어의 설치와 사용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온 세상이 AI로 떠들썩하고 개인이 AI 에이전트를 사용하는 시대에, 여전히 오래된 사내망 메신저를 써야 한다는 현실이 답답했다.
그래서 X-Popup과 이를 기반으로 한 Y-Popup을 참고해 병원만의 메신저를 만들고, 임시방편으로나마 현재의 불편한 환경을 극복해 보자고 생각했다.
수많은 토큰과 개인 사비까지 조금 보태 정말 열심히 작업했다. 물론 코드는 대부분 AI가 작성했다. 그래도 직접 지시를 내리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계속 찾아보고 물어보면서 AI가 명확한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하도록 이끌었다.
Y-Popup 원작자분의 허락도 받았고, X-Popup과도 호환되며 문제없이 개발된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X-Popup을 사용하는 모든 PC들의 네트워크 연결이 끊어지면서 사용이 불가능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즉시 자체 개발 메신저의 삭제를 권고하고 배포를 중단했다.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로그를 분석하고 네트워크 패킷을 캡처해 확인했지만, 도저히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원인을 찾아 해결하지 못하는 내가 병목이었고, 내가 개발한 메신저는 업무 환경에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되어 버렸다.
참담했다.
우려하던 일이었지만, 실제로 겪고 나니 그동안 쏟아부은 시간과 개발이 무의미해진 기분이었다.
그래도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최근 많은 관심을 받은 ‘REA’ MCP와 스킬을 활용해 X-Popup의 구조와 동작 방식을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으로 분석하고, 문제를 일으켰던 사내 메신저가 다시 정상적으로 동작하도록 개선해 보려 한다.
오늘 하루 종일 작업을 진행했는데도 분석하고 검증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
우리 병원의 열악한 PC 환경과 여전히 인쇄물과 종이로 처리해야 하는 수많은 업무를 생각하면 디지털 전환(DX)부터 시급하다. 하지만 DX조차 앞으로 계속 어려울 것처럼 보인다. 업무와 데이터가 디지털화되지 않으면 AI 전환(AX)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혼자서 무언가를 만들고 앞장서는 일이 오히려 또 다른 병목을 만드는 것 같아 여러모로 아쉽다.
할 수 있는 일도, 시도해 볼 수 있는 가능성도 무궁무진한데 이런 것들을 마음껏 펼쳐 볼 수 있는 일을 해 보고 싶다. 지금은 너무 많은 아이디어와 구현하고 싶은 것들이 뒤섞여 정리가 안 된다. 정말 날을 잡고 하루 종일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사서 고생이다.